나무

울창하게 잎이 우거진 숲의 나무보다, 화려한 꽃이 만발한 나무보다, 추운 겨울 순백의 눈밭에 흩어진 마른 나뭇가지의 치뻗은 선이 내게는 감동을 준다. 지는 해에 반사하는 그림자는 추운 겨울 속에서도 무한한 기를 내뿜는다. 나는 흔히 지나치고 마는 것들의 소박하고 질박한 자연에서 알 수 없는 깊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이번 전시에는 그런 자연 속의 무심한 나뭇가지와 느티나무 나이테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이 2인전을 함께하는 김동율 작가의 사진을 아카이브로 작업한 <눈꽃>은 선과 여백의 조화를 보여주고, 다른 하나는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티나무가 빚어내는 시간의 축적과 자취의 나이테가 보여주는 조형을 디지털 작업을 통해 픽셀로 표현했다. 비정형의 정확하지 않은 반복은 기형적인 리듬과 질박한 질감을 드러낸다. 피부와도 같은 표면을 디자인하는 것은 평면의 작업에서 그 의미와 상징을 표현하고 겹겹이 쌓이는 시각적인 반복을 통해 깊이를 나타내게 된다.

야생의 자연을 형식과 반복에 가두는 것이 패턴이다. 하지만 나는 그 형식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자유로움을 부여한다. 그것은 무한한 자유로움보다 매력 있다. 반복되는 형식의 즐거움과 그 형식에서 자유로워진 기쁨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이미 자연이 갖고 있는 비정형, 단순함, 소박함, 질박하고 거친 것들을 실용과 활용의 목적에 맞게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그것은 가까이 사람과 자연, 사물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하면서 시각적인 촉감을 느끼게 하고 친밀하면서도 유기적인 감성을 우리에게 불러 일으킨다.